야후꾸러기에 게임을 올리던 아이, 31살에 다시 게임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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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te Chun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야후꾸러기에서 플래시 게임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거 만들 수 있을까?"

플래시 게임 개발자를 꿈꾸던 아이

그때는 플래시 게임의 전성기였다. 야후꾸러기, 쉬프트카페, 주전자닷컴... 이런 사이트들에서 온갖 플래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Flash MX를 설치하고 ActionScript 2.0 튜토리얼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한글로 된 자료가 거의 없어서 영어 사전을 펴놓고 하나씩 해석해 가며 배웠다.

처음 만든 건 정말 단순한 게임이었다. 마우스로 캐릭터를 움직여서 떨어지는 물체를 피하는, 그런 게임. 지금 보면 형편없겠지만, 그때는 내가 만든 게 화면에서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마법 같았다.

ActionScript로 시작한 프로그래밍

사실 ActionScript 2.0이 내 첫 프로그래밍 언어였다.

// 그때 짰던 코드의 일부
onClipEvent(enterFrame) {
    if(Key.isDown(Key.LEFT)) {
        this._x -= 5;
    }
}

이런 코드를 치면서 조건문, 반복문, 변수 같은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학교에서는 이런 걸 안 가르쳐줬는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독학의 원동력이 되었다.

몇 개의 게임을 만들어서 야후꾸러기에 올리기도 했다. 별점과 댓글이 달릴 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기억난다. 누군가가 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 그 피드백이 주는 기쁨.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그 후로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Flash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야후꾸러기도 문을 닫았다. 나는 개발자가 되어 웹 서비스를 만들고, API를 설계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일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게임 개발에 대한 마음은 항상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업무 중에 재미있는 알고리즘을 발견하면 "이거 게임에 쓰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주말에 심심할 때면 유니티나 고도 튜토리얼을 켜놓고 있었다.

31살, 다시 게임을 만들다

올해 초, 결심했다. 진짜로 게임을 출시해보자.

거창한 것 말고, 간단하지만 재미있는 게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잠깐이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게임.

그렇게 만든 게 Pencil Picker다.

Pencil Picker 플레이 화면

연필들 중에서 가장 긴 연필을 찾는 단순한 게임이다. 규칙은 간단하지만, 막상 해보면 은근히 헷갈리고 중독성이 있다.

토스 앱인토스에 첫 게임 출시

Pencil Picker는 토스의 앱인토스(App in Toss)에 등록했다. 웹, iOS, Android 앱도 있지만, 앱인토스 버전이 특히 의미가 깊다.

토스 앱 안에서 바로 플레이할 수 있고, 친구들과 점수를 겨룰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으로 플랫폼에 게임을 공식 출시했다.

초등학생 때 야후꾸러기에 게임을 올리던 그 아이가, 31살이 되어 드디어 제대로 된 게임 플랫폼에 첫 발을 내딛은 거다.

앞으로의 계획

Pencil Picker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도 가벼운 캐주얼 게임들을 계속 만들어볼 생각이다. 대작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출퇴근길에, 점심시간에, 잠들기 전에 잠깐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들.

어린 시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야, 너 어른 되어도 게임 만들어. 근데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어."


Pencil Picker를 한번 해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