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개발자의 영어 소통 도전기
2023년부터 독일에 소재한 회사와 일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업무상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 영어는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이나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 정도였죠. 일을 하면서 영어 사용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경험 이후 느낀 생각을 공유해 봅니다!
지금의 내가 내 영어 실력을 평가하자면?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제 영어 실력은 부족합니다. 그렇게 느끼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로는 한국식 영어 교육에 너무 익숙해져서 글을 읽고 쓰기만 해왔지, 듣고 말하는 연습이 전혀 안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내 머릿속 작문의 한계
특정 상황에서는 한국어로라면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영어로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예를 들어, 'Thank you'라는 간단한 표현조차 한국어로는 "고생하셨습니다. OO님과 일할 때면 정말 막히는 게 없네요!"처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영어로는 'Thanks a lot' 이외에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또 같이 놀다가 수업들으러 떠나는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수업 잘 듣고와!". 이거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하나요?.. 아직까지 저는 이 말을 대체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수업을 가야해서 더 이상 같이 못 놀게되었는데, 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이 표현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하는거죠?!! ㅋㅋㅋ 아니 말한 김에 '아쉬운 마음'은 또 어떻게 영어로 표현해야하는 겁니까?..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종종 친구들을 보낼 때, "Have fun!" 하는 말들을 들은 적이 있지만 뭔가 많이 아쉬운 표현입니다. 이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에요.
지역별, 사람마다 서로 다른 억양과 듣고 싶은대로 듣는 나의 귀 😢
정말이지 단일민족 국가에서 살던 제 입장으로서 글로 보면 똑같은 영어도 지역마다 사람마다 왜 이렇게 억양이 다른지 너무 놀랍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양성을 겪어보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커온 탓이 클까요.. 20대가 되고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기 시작하며 접한 세계 무대는 아직도 너무 넓게 느껴집니다.
한 가지 예시로 이런 기억이 있네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P 컨트롤할때 말하던 그 P 명령어, Patrol (순찰) 이라는 단어 아시나요. 한국 친구들끼리는 이 단어를 "패트롤"이라고 많이 발음했던 것 같습니다. 단어 생김새를 보면 그렇게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느 날 미국 국경 쪽에서 근무하던 미군 친구가 자신의 업무가 "Border Patrol" (보-덜 퍼퉐/퍼춸) 이라고 말했을 땐, 정말이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순찰" 이라는 말을 해주고 난 뒤 그제서야 머릿속에 "Patrol" 이라는 영어 단어가 떠오르면서 이해하게됐지요.. 😂 언어는 정말이지 교과서로만 배우면 안됩니다. 20여년 동안 기억하고 있던 발음이 부정 당하니 너무 억울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찍이 이민 갔던 1.5세, 2세 친구들과 국제학교에 다닌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더군요.
더구나 영어로 개발 대화를 나눠야한다면?
한국인 개발자로서 개발 대화를 나누는 것에 있어서 정말 좋은 점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특정 프로그래밍 용어를 굳이 강조해서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여러분! 예를 들어 이런 표현이 있다고 생각해보죠.
useUser 에서 받은 user 랑 DB 에서 받은 user 형태가 서로 다릅니다.
이 혼합 언어 문장에서는 useUser
와 user
와 같은 영어 용어가 한국어와 대비되면서 자연스럽게 강조됩니다. 이러한 묵시적 강조는 구두 대화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한국어로 대화를 하다가 영어 단어가 나올 때, 그 단어는 마치 따옴표로 감싸진 것처럼 돋보이게 되죠. 이는 두 손가락으로 쿼테이션 마크를 나타내는 손 동작나 명시적인 강조가 없어도 가능합니다.
나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저는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런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통한 영어 듣기 연습
일하거나 잠들기 전, 아무것도 듣지 않는 시간에 팟캐스트를 틀어두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영어에 익숙해지고 있어요.
다양한 채널을 구독함으로써, 여러 발음과 억양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제 관심사와 관련된 토픽을 다루는 팟캐스트를 찾아 듣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더 몰입하고 즐기면서 듣게 되더군요.
장시간 비행 중이나 오프라인 상태일 때 들을 수 있도록 팟캐스트를 다운로드 해두고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낼 때 특히 유용해요.
번역기와 AI, 특히 "ChatGPT" 활용
번역기를 사용할 때는 직역의 함정이 있지만, 제가 작성한 글을 번역기에 돌려보면 잘못 번역된 부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요.
ChatGPT는 제게 완벽한 언어 선생님과 같습니다. 제가 만든 문장을 평가받거나,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물어볼 때 정말 유용해요. 또한, 제가 사용한 표현이 일반적으로 얼마나 이해가 쉬운지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진 않았다!
무엇보다 최고의 방법은 부딪히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팅과 같은 소통이 끝난 뒤엔 궁금했던 것들을 ChatGPT에게 질문하면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제가 살고 있는 시대에 인공지능이 발전해서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ㅋㅋㅋ
문화 경험 없이 제 2언어를 익히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능 영어 공부 때 배운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을 이해하는 것과 내 머릿속에서 그 문장들을 구성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죠. 그래도 이렇게 매일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 자체가 저에겐 큰 도전이자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제 경험이 작은 용기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