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외주개발사 vs 대형 외주개발사, 뭐가 다를까?
단테 컴퍼니를 운영한 지 4년이 됐다. 처음에는 대형 외주개발사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우리는 같은 시장에 있지만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
대형 외주개발사의 구조
대형 외주개발사는 보통 이런 구조로 돌아간다. 영업팀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PM이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개발자들이 코드를 작성한다.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다.
이 구조의 장점은 시스템화다. 누가 빠져도 프로젝트가 돌아간다. 대규모 프로젝트도 여러 명이 나눠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영업과 개발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업팀은 프로젝트를 따오기 위해 클라이언트에게 좋은 말만 한다. "가능합니다", "해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걸 실제로 만들어야 하는 개발팀은 "이게 가능해?" 하면서 고통받는다.
또 다른 문제는 동기 부여다. 대형사 개발자들은 월급을 받는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급여는 똑같이 들어온다. 물론 좋은 개발자들은 월급과 상관없이 열심히 하지만, 구조적으로 절박함은 덜하다.
1인 개발사의 현실
1인 개발사는 완전히 다르다. 영업도 나, 개발도 나, PM도 나다. 클라이언트에게 한 말은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할 수 있다"고 말하면 진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생각보다 강력한 책임감을 만든다. 대형사에서는 "영업이 무리한 약속을 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한 말에 내가 책임져야 한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 수입이라는 공식이 있다. 프로젝트가 잘 끝나야 돈이 들어오고, 클라이언트가 만족해야 다음 프로젝트도 연결된다. 이 절박함이 품질을 끌어올린다.
소통 방식의 차이
대형사와 일하면 보통 PM을 통해 소통한다. 클라이언트 → PM → 개발자 → PM → 클라이언트. 이 과정에서 정보가 변형되거나 누락되기도 한다. 전화기 게임처럼.
1인 개발사는 직접 소통이다. 클라이언트가 말한 그대로 이해하고, 궁금한 건 바로 물어본다. 중간 과정이 없으니 빠르고 정확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내가 모든 연락을 직접 받아야 하니 개발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든다. 분업의 효율성을 포기하는 대가다.
독이 든 성배
재미있는 건, 1인이든 대형사든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걸 "독이 든 성배"라고 부른다.
생존을 위해 받아서는 안 될 프로젝트를 받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예산은 터무니없이 적은데 요구사항은 많은 프로젝트. 일정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클라이언트는 양보가 없는 프로젝트.
대형사도 비수기에는 이런 프로젝트를 받는다.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니까. 1인 개발사도 마찬가지다. 다음 달 생활비를 위해.
4년간 운영하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몇 번 받았다. 그리고 매번 후회했다. 결국 양쪽 모두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능하면 거절한다. 단기 수입보다 장기적인 평판이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그래서 결론은 뭘까? 1인 개발사가 낫다? 대형사가 낫다? 솔직히 상황에 따라 다르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대형사가 맞다. 한 사람이 전부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반면 작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프로젝트는 1인 개발사가 더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누구와 일하느냐다. 대형사라도 담당 PM과 개발자가 책임감 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1인 개발사라도 그 사람이 신뢰할 수 없으면 프로젝트는 망한다.
규모보다 사람을 보라는 게 4년간 얻은 교훈이다.
단테 컴퍼니가 지향하는 것
단테 컴퍼니는 작다. 나 혼자다. 대형사처럼 10명이 달라붙어 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직접 소통하고, 내가 직접 만들고, 내가 직접 책임진다. 클라이언트와 나 사이에 아무도 없다. 이게 1인 개발사가 줄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 전달 과정에서 요구사항이 왜곡되지 않는다
-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수정할 수 있다
-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동기가 확실하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리고 앞으로
돌아보면 운이 좋았다. 지난 5년간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소득을 올렸다. 물론 그냥 된 건 아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버는 족족 저축과 투자에 신경 썼다. 사치스러운 삶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덕분에 이제는 자본 소득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게 뭘 의미하냐면, 더 이상 생존을 위해 프로젝트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독이 든 성배"를 억지로 마실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요즘은 방향이 조금 바뀌고 있다. 아무 프로젝트나 받기보다는, 나와 합이 잘 맞는 클라이언트와 일하고 싶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같은 사람들. 그런 프로젝트는 돈을 떠나서 즐겁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내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보려 한다.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외주 개발은 결국 남의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언젠가는 내 이름을 건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5년 전 사업자등록증을 받아들던 그때도 계획 같은 건 없었다. 그냥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외주 개발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규모보다 그 안의 사람을 먼저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혹시 1인 개발사와의 협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dante.company를 방문해주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