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외주 개발자의 생존 전략
"이제 개발자 필요 없는 거 아니에요? AI가 다 해주던데."
요즘 클라이언트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ChatGPT한테 물어보니까 코드를 짜주더라, Cursor 쓰면 개발자 없이도 앱 만들 수 있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5년간 외주 개발을 해온 입장에서, AI가 이 업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생각을 정리해봤다.
부정할 수 없는 변화
솔직히 말하자. AI는 개발 생산성을 압도적으로 높였다. 나도 매일 쓴다.
예전에는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쓸 때 공식 문서를 뒤지고, Stack Overflow를 검색하고, 예제 코드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Claude한테 물어보면 된다. "이 라이브러리로 이런 기능 구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 하면 바로 코드가 나온다.
반복적인 코드, 보일러플레이트, 단순한 CRUD 기능. 이런 건 AI가 몇 초 만에 뽑아준다. 예전에 하루 걸리던 작업이 한 시간이면 끝난다.
이건 좋은 일이다. 내 생산성이 올라갔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단순한 코딩만 할 줄 아는 개발자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니까.
클라이언트의 기대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개발자가 코드를 짠다"는 것 자체가 전문성이었다. 클라이언트는 개발을 모르니까, 개발자가 하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다르다. 클라이언트도 ChatGPT를 쓴다. "이거 AI한테 물어봤더니 이렇게 하면 된다던데요?" 하는 질문이 들어온다. 심지어 AI가 생성한 코드를 보여주면서 "이거 그대로 쓰면 안 돼요?" 하기도 한다.
당연히 가격에 대한 기대도 바뀌었다. "AI가 몇 초 만에 해주는 걸 왜 이렇게 비싸게 받아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못하는 것들
그래서 나는 요즘 "AI가 할 수 있는 것"보다 "AI가 못하는 것"에 집중한다.
첫째, 맥락의 이해. AI는 질문에 대답을 잘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가 뭔지" 파악하는 건 못한다. 클라이언트가 "로그인 기능 만들어주세요"라고 하면, AI는 로그인 코드를 준다. 하지만 왜 로그인이 필요한지, 이 서비스의 사용자가 누군지, 어떤 인증 방식이 적합한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둘째, 전체 시스템의 설계. AI는 함수 하나, 컴포넌트 하나는 잘 만든다. 하지만 수십 개의 기능이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확장성은 어떻게 확보할지, 유지보수는 어떻게 할지. 이런 아키텍처 레벨의 결정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셋째, 책임. AI가 만든 코드에 버그가 있으면 누가 책임지나? 보안 취약점이 있으면? 결국 사람이 검증하고,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클라이언트는 "ChatGPT가 시켜서요"라는 변명을 받아주지 않는다.
넷째, 신뢰와 소통. 프로젝트는 코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와 소통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사람만 할 수 있다.
AI를 도구로 쓰는 개발자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외주 개발자는 AI를 잘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AI와 경쟁하면 진다. 단순 코딩 속도로는 이길 수 없다. 하지만 AI를 도구로 활용하면서 위에서 말한 "AI가 못하는 것"을 해주는 개발자는 오히려 가치가 올라간다.
나는 요즘 이렇게 일한다:
- 클라이언트 미팅: 요구사항 파악, 진짜 문제 정의 (사람)
- 시스템 설계: 아키텍처 결정, 기술 스택 선정 (사람)
- 코드 작성: AI와 함께, 내가 검증 (사람 + AI)
- 테스트/디버깅: AI 도움받되 최종 책임은 내가 (사람)
- 클라이언트 소통: 진행 상황 공유, 피드백 반영 (사람)
AI 덕분에 코드 작성 시간은 줄었다. 그 시간에 클라이언트와 더 많이 소통하고, 더 좋은 설계를 고민한다. 이게 AI 시대에 개발자가 가치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격 경쟁은 답이 아니다
"AI가 해주는데 왜 비싸요?" 이 질문에 가격을 낮추는 건 답이 아니다.
대신 이렇게 대답한다. "AI가 만든 코드는 제가 검증하고 책임집니다. 그리고 AI는 코드만 주지만, 저는 이 서비스가 성공하도록 같이 고민합니다."
결국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건 작동하는 코드가 아니라 성공하는 제품이다. AI는 코드를 줄 수 있지만, 제품의 성공은 보장하지 못한다.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생존 전략
솔직히 말하면, 5년 후에 외주 개발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AI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하면, 정말로 개발자가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이렇게 생각한다:
-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거부하거나 무시하면 도태된다.
- AI가 못하는 영역에서 전문성을 키우자. 설계, 소통, 문제 정의.
- 가격이 아닌 가치로 경쟁하자. 싸게 해주는 건 한계가 있다.
- 나만의 제품을 준비하자. 외주는 결국 남의 일이다. 내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 항목이 요즘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외주 개발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내 이름을 건 제품을 준비하는 것. 쉽지 않지만, AI 시대에 개발자로 살아남으려면 필요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