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일하기: 시간대 관리의 기술
미국에서 독일 회사와 원격으로 일했던 적이 있다. 시차가 7-8시간 정도 나는데, 처음엔 "그 정도야 뭐"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독일이 아침 9시에 회의를 잡으면 나는 새벽 1시나 2시. 한두 번은 괜찮은데, 매주 반복되니까 몸이 버티질 못하더라.
시차가 만드는 현실적인 문제들
노마드 생활에서 시간대 문제는 생각보다 크다. 동남아에서 한국 회사랑 일하면 1-2시간 차이니까 괜찮다. 근데 미국에서 유럽 회사랑 일하거나, 아시아에서 미국 회사랑 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독일 회사와 일할 때 제일 힘들었던 건 "급한 일"이 생겼을 때였다. 내가 자고 있는 시간에 슬랙 메시지가 쏟아지고, 일어나보면 이미 결정이 다 난 후인 경우도 있었다. 소외감도 느꼈다. 팀원들이 점심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에 나만 빠져 있으니까.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답이었다
결국 깨달은 건, 실시간 소통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슬랙을 이메일처럼 쓰기 시작했다. 바로 답장을 기대하지 않고, 상대방이 일어나면 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회의도 최소화했다. 꼭 얼굴 보면서 해야 할 것만 회의로 잡고, 나머지는 문서로 대체했다. 회의록을 꼼꼼하게 남겨서, 참석 못 한 사람도 따라올 수 있게 했다. 독일 팀도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니까 오히려 효율이 올라갔다.
겹치는 시간 만들기
비동기가 기본이라고 해도, 실시간으로 대화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코어 타임"을 정해뒀다. 독일 시간 오후 4시~6시, 미국 시간으로는 오전 9시~11시. 이 시간에는 무조건 온라인에 있기로 약속했다.
하루 중 딱 2시간만 겹치면 된다. 그 시간에 급한 것들 처리하고, 나머지는 각자 시간에 비동기로 진행한다. 이렇게 하니까 새벽에 억지로 일어나는 일이 확 줄었다.
시차 적응하는 나만의 방법
새로운 시간대로 이동하면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내 경험상 동쪽으로 가는 게 더 힘들다. 미국에서 아시아로 돌아올 때는 거의 일주일은 시차 때문에 고생한다.
적응을 빨리 하려면 도착하자마자 현지 시간에 맞춰 살아야 한다. 아무리 졸려도 밤까지 버틴다. 햇빛을 많이 쬔다. 카페인은 오후 2시 이후로 끊는다. 처음 며칠은 좀비 같이 지내지만, 억지로 현지 리듬에 맞추면 빨리 적응된다.
건강을 해치면 의미가 없다
새벽 회의 한 번은 괜찮다. 근데 그게 매주 반복되면 안 된다. 수면 패턴이 망가지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결국 일의 질이 나빠진다. 그러면 원격 근무의 의미가 없어진다.
나는 새벽 회의가 주 2회 이상 필요하면 솔직하게 말한다. "이 시간대에서는 지속적으로 일하기 어렵다"고. 대부분의 회사는 이해해준다. 이해 못 하는 회사라면, 그건 원격 친화적인 회사가 아닌 거다.
목적지 선택도 전략이다
유럽 회사랑 일하면 동남아보다 포르투갈이나 모로코가 편하다. 시차가 1-2시간밖에 안 나니까. 미국 회사랑 일하면 멕시코나 콜롬비아가 좋다. 가고 싶은 곳만 생각하지 말고, 일하는 시간대도 고려해서 목적지를 정하면 삶이 훨씬 편해진다.
결론
시간대 관리는 노마드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근데 비동기 소통을 기본으로 하고, 겹치는 시간을 확보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제일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게 노마드의 특권인데, 그 때문에 건강을 망치면 본말이 전도된 거니까.